티스토리 뷰

Startup Diary

회사 분위기에 대하여 ...

날고양이-* 2019. 8. 2. 01:06

 

나는 회사를 시작한 이후로 대표와 직원의 관계보다는 우리는 한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토론이 자유로운 분위기, 누구라도 아이디어가 있으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회의 때마다 "우리는 한팀이다. 회의는 격의없이 자유롭게 토론해보고 비판도 해보자!"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모두 가만히 내 말만 듣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라고 물으면, 다들 "괜찮은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되면 그냥 회의를 안하는게 낫다.

괜히 시간만 뺐고 잔소리만 하는 시간이 되어버리니깐 말이다.

문제가 뭘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는데 도무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회사에 처음으로 합류하셔서 정말 고생 많으셨던 팀장님께서 그만두시겠다고 하셨다. 나보다 연배가 있으셔서 항상 팀장님의 의견을 존중했고 팀장님도 내가 나이는 어려도 대표라고 챙겨주셨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이 경우없는 행동을 하면 나대신 조용히 꾸짖는 역할도 도맡아 해주신 고마운 분이다. 그래서 처음 그만두시겠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팀장님이 안계시면 곧 회사가 망할것 같은 기분에 뜯어말렸다. 다행히 잠깐 마음을 돌리긴 하셨지만 그 뒤로 두 번더 말씀하시고 나는 세번째에는 더이상 말리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팀장님도 안계신 마당에 우리끼리라도 단합을 하고자 창립 2년만에 워크샵을 다녀왔다.

 

이 때부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우선 첫 번째로 우리 회사는 근무시간에는 정말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다들 말도안하고 일만 했다.

나는 뭔가 있는것 같긴 한데 다들 말을 잘 안하니까 정말 조용한 성격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 때는 시끄럽다 느낄정도로 의논과 토론을 많이 한다. 그 전에 조용했던 분위기는 사실 팀장님의 영향이 컸다. 외근이 잦은 내가 없는 회사안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팀장님이었는데, 조곤조곤 하시면서 개발자는 코드로 말한다는 마인드가 강한 분이셨다. 그러다보니 다른 친구들이 분위기에 눌려 말을 꺼내지 못했고, 회의때도 누군가가 실없는 소리라도 하면 핀잔을 주시곤 했었다. 그리고 팀장님과 다른 직원들의 나이차이가 평균적으로 15살정도가 되다보니 공감대 형성도 어렵고 딱히 할말도 없었던것 같다. 어쩌면 팀장님도 자신이 회사가 가고자하는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 생각하셔서 그런 결정을 하셨는지 모른다. 

어쨌든 워크샵에서 비슷한 나이또래 사람들끼리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생겼고 회사내에서도 압도되는 분위기가 없다보니 한명씩 한명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의시간에는 나는 거의 의견을 내지 않고 주로 의견을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직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일단 분위기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 싶어, 두달정도 브레인스토밍을 핑계로 점심먹고 다 같이 커피숍에서 한 시간씩 토론을 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그 효과가 회의시간에 나타났다. 

그리고 아예 쐐기를 박기 위해서 근무공간을 조금 더 세련되고 창의적인 느낌이 날 수 있게 바꾸려고 새로운 사무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금 있는 곳보다 조금 넓은 공간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었고, 창의적인 공간에서 일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친구를 불러서 둘이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약 2주간 컨셉과 색깔선정 그리고 공사까지 하나하나 손수 신경을 쓰며 기존 사무공간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바꿨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모두들 새로운 사무실에 만족했고, 특별히 직원들만의 회의공간도 마련해서 언제든 등만 돌리면 같이 토론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분위기 전환의 효과가 극대화 되면서 지금은 내가 없어도 회의도 하고 나한테 제안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회사 분위기에 대하여 직원들의 성격탓을 하고 수직적인 한국문화탓을 많이 했다. 그러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직원들이 아니라 대표가 해야되는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그러한 분위기 속에 직원들 간의 궁합도 매우 중요하다. 전에는 면접을 볼때 이 사람의 실력을 먼저 보았지만 지금은 이 사람이 우리 회사 분위기에 잘 융합될 수 있는가를 먼저 따지게 되었다. 거기에 실력까지 좋으면 금상첨화지만 실력과 조화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조화다. 어차피 회사에서 빡세게 시키기 때문에 실력은 늘게 되어있다. 그리고 서로 조화가 잘되면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채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 애써 만들어 놓은 분위기를 흐트린다면 회사 전체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도 나는 서로간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올해 말쯤이면 드디어 첫 번째 서비스를 오픈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리고 수 많은 토론끝에 후속작들도 준비되어있다. 내가 원했던 분위기와 근무환경이 옳았는지는 앞으로 런칭 할 서비스의 성공과 완성도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Startup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생에서 경영자로..  (0) 2019.04.12
현실자각?  (0) 2018.11.01
새로운 시작  (0) 2018.10.3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