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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Diary

현실자각?

날고양이-* 2018. 11. 1. 23:45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뛰어들어 2~3개월은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지나갔다. 

정직원 한명없이 혼자 회사 차려놓고 이리저리 강연불려다니며 인사하고 술마시고.. 그러다 문득 현실을 자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스타트업의 환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같이 의기투합했던 후배들은 학업과 연구실 일에 치여 회사쪽 일에 점점 소극적이었으며 나 또한 그들이 바쁜걸 알기때문에 선뜻 부탁하는게 어느순간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이 회사에 전념하는 사람은 나 혼자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망하겠구나. 그렇게 큰소리 치고 나는 할 수 있다면서 온갖 장미빛 미래를 집에다 얘기해놓았다. 나의 아내, 나의 아이 .. 모든 것이 한번에 떠오르면서 덜컥 겁이나기 시작했다. 한가지 다행이었던것은 간접적으로나마 주위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 분들의 조언과 이끌어 주심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허우적 대다가 결국 회사를 접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겁을 집어먹고 있던 시기에 첫 번째 야심차게 준비했던 아이템도 제대로 시작해보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끝냈다. 이미 비슷한 컨셉으로 선점하고 있는 업체가 있었고 나름 투자도 받고 홍보도 했지만 제대로 빛을 못보고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브레인 스토밍 단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컨셉을 잡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까지 팩트는 없고 가설만 있었다. "사람들이 이걸 불편해할거야. 나도 그랬거든", "이렇게 만들면 사람들이 몰려들거야.", "이 정도 가격이면 다들 만족하겠지??" 와 같은 논리적인 비약만으로 머릿속에는 이미 떼돈을 번 내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단계가 지나고 진짜 시장조사를 시작했고 필요한 시간과 인력 등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이 사업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것 같다. 그 때 선점하고있던 업체가 아직도 제자리걸음 중인 것을 보면 말이다.  어쨌든 첫 기획이 날아가버리고나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공부했던 기술을 활용하는 것밖에 없었다. 사업의 방향을 그동안 내가 꾸준히 해왔던 기술을 기반으로 전면 개편했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었지만 잘 알고 있는 분야라 마음은 편했다. 

다행히 쌓아왔던 기술기반으로 소일거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이 생겨도 문제다. 그동안의 개발은 연구실 수준에서 단순한 시스템 구현이 전부였다. 그리고 학생이라는 타이틀 하에 어느정도 실수는 용인되었다. 그러나 학교밖을 나오게되면 아마추어적인 행동을 보이는 순간 물어뜯긴다. 이러한 행동은 경험과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다행히 이 무렵 아는 분의 소개로 개발 경력 10년차 개발자를 회사로 모셔올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이었다. 이 분이 쌓아왔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활용하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초기 스타트업이나 학생 창업 또는 사업을 처음 하시는 분들이 범하기 쉬운 가장 큰 실수를 첫번째 아이템을 통해서 경험했다. 새로운 아이템이 떠오르면 가장 먼저 팩트를 점검해야한다. 아이템이 진입할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선도기업들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야한다. 그리고 이 정보의 사실여부를 판단하고 냉정하게 분석해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틈을 찾아야한다. 이 시간들을 절대 아까워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과정이다. 장미빛 미래는 그 다음에 그려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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